전 세계가 호주 시드니 시내 한복판 금융중심가에서 월요일 아침에 벌어진 인질극으로 테러 공포에 떨었다. 아직 테러조직과의 연관성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이 시작되 후 제기돼온 테러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오전9시를 넘긴 시각, 시드니 금융 및 쇼핑 중심지인 마틴플레이스에 위치한 린트 초콜릿카페는 모닝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당시 종업원 10명과 손님 30여명이 가게 안에 있었다고 린트 측은 밝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한 남자가 푸른 색 가방과 총을 들고 초콜릿 가게로 걸어 들어갔으며 이를 본 한 여성이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말하자 일부 손님들이 가게에서 뛰쳐나갔다. 오전9시45분께 호주 경찰이 충돌해 현장 인근을 통제하며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호주 언론과 BBC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오전9시45분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안에 정확히 몇 명의 인질이 잡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지 통신사인 AAP통신은 최대 50여명이 인질로 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며 현지 방송사 세븐네트웍스는 인질로 확인된 사람만도 최소 13명이라고 전했다. 인질들이 가게 유리벽을 향해 두 손을 든 채 서 있는 모습이 현지 방송국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러나 아직 사망이나 부상 등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인질 가운데 린트 초콜릿카페 종업원인 한국계 여대생 배모씨를 포함해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5명이 탈출에 성공했다. 5명 가운데 남성 1명과 여성 2명은 종업원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관심은 이번 인질극의 범행동기다. IS 등 이슬람 테러조직이 배후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행동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호주 당국 역시 "아직 테러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인질극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슬람 종교와 관련한 정치적 연관성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단서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질범이 인질들을 시켜 내보이도록 한 아랍어 글씨가 쓰인 검은 천으로 그의 동기가 가늠된다. 이 깃발은 모양은 IS 상징기와 비슷하지만 IS 깃발은 아니며 이슬람 신앙을 일반적으로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러 지하드(성전) 그룹이 공동으로 쓰는 깃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질범은 이날 인질들에게 현지 라디오 방송에 전화를 걸게 해 "도심 곳곳에 폭발장치를 설치해놓았다"고 주장하며 호주 총리와 생방송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플레이스는 호주 중앙은행을 비롯한 대형은행 본사가 인접해 있으며 국회의사당이 불과 몇 블록 떨어져 있는 곳이다. AP통신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사람들이 크게 붐비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호주 경찰은 이날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최우선으로 삼아 인질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벗 총리는 사건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호주는 평화롭고 관용이 넘치며 열려 있는 사회다. 아무것도 이런 사실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인질극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