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유통(流通)은 그간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며 생산과 소비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를 위해 예로부터 지금까지 유통업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느냐, 그리고 물건을 팔기 위한 시간과 장소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초기 ‘방물장수’라는 채널을 통해 사람이 직접 걸어 다니면서 시간과 장소의 문제를 극복했다. 조선시대 방물장수들은 연지ㆍ머리기름 등 화장품뿐만 아니라 비녀 등 장식물ㆍ바느질그릇ㆍ패물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물건들을 커다란 보에 싸 등에 지고 이 마을, 저 마을 전전하며 행상을 했다. 하지만 방물장수들은 자신들이 취급 가능한 물건들만 파는 공급자 중심 판매구조라는 근본적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유통의 중심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변모해나갔다. 근대 이후 백화점과 같은 기업형 유통이 도입되면서 유통 자체가 단순히 매개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힘을 가지며 소비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0년대 이후에는 대형마트ㆍ편의점 등이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 중심 시장 트렌드의 최선봉에는 온라인 쇼핑이 있다. TV홈쇼핑ㆍ인터넷쇼핑몰 등은 ‘직접 보고 만져봐야 사는’ 쇼핑습관을 깨고 TV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상품을 사는 ‘안방쇼핑시대’를 활짝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시장의 매출액은 2004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2007년 말 현재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M-커머스’라고 휴대폰 등을 통해 이동 중에도 쇼핑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의 등장은 한국인의 쇼핑습관과 문화를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이 남아 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의 문제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제는 했으나 실제 물건이 제때 배송되지 않는 문제라든가 화면으로 본 물건과 실제 제품이 상이하다든가 하는 소비자 불만 사례 등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온라인 쇼핑이 건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 우리 조상들이 직접 발로 걸어 다니며 나눴던 정감어린 거래관계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