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승용차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는 독일산 차량의 입지도 흔들릴 조짐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수입차가 디젤 차량이라는 점에서 올해 3~4분기 수입차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매장에서는 방문 고객이 줄었고 디젤 차량에 대한 고객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산이 74.6%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일본(10.2%), 미국(5.3%), 영국(3.9%), 프랑스(3.7%) 순이었다. 한마디로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산이 거의 독점하는 구조인 셈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 누적 점유율도 독일산이 69.2%로 가장 많았다. 도요타 등을 내세운 일본산은 11.6%에 그쳤다.
특히 지난 8월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는 폭스바겐의 파사트 2.0 TDI로 854대가 팔렸다. 2위는 아우디 A6 35 TDI(795대), 3위는 폭스바겐 골프 2.0 TDI(740대)였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이번에 문제가 된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계열사다.
올해 누적 판매로만 봐도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6,069대), 골프 2.0 TDI(4,728대), A6 35 TDI(4,571대)가 1~3위를 휩쓸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연비가 좋고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국내 수입차 고객에 큰 호응을 얻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수입차 판매 중 디젤 비중이 72.3%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로도 디젤 비중은 69%다.
한 수입차 딜러는 “국내 수입차는 독일산과 디젤 모델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되는 구조”라면서 “디젤 수입차에 대한 불신은 우리로선 큰 타격이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런 우려는 일부 수입차 매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서울 일부 매장에서는 이미 구매한 고객들이 ‘자신의 차량에도 문제가 있냐’며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붐볐던 이들 매장도 고객이 줄어 울상이다.
수입차 매장에서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당분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수입차 구매층이 워낙 탄탄해 조만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예전보다 20~30% 줄어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