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푼 '직관의 효과'

■ 통찰력… 게랄트 트라우페터 지음, 살림비즈 펴냄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고심했으나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쓰는 말이다. 오래 생각할수록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책이 나왔다. '슈피겔'지의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순간적으로 내리는 결정이 낫다는 것을 그 동안 연구되어온 뇌과학의 측면에서 풀어낸다.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끙끙대면서 두터운 자료뭉치를 뒤적이다가 섬광처럼 내리 꽂히는 핵심 아이디어… 직관은 경영현장에서 경영인들이 의존하는 능력 중 하나다. 분초를 다투는 경쟁 세계에서 본능적인 감각과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은 온갖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 의사 결정 시스템이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제시되는 합리적인 통계 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직관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그 답은 뇌에 있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는 모든 감각으로부터 얻어진 인상을 일단 구분해 독립적으로 분석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행동으로 계획을 하게 된다. 뇌가 이같이 움직이는 데는 마음 즉 감정이 큰 역할을 한다. 감정이 동하지 않으면 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다. 직관 매커니즘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게 작동된다. 뇌실험에 따르면 오른쪽 전전두피질에 손상을 입은 경우 남자들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여자들은 왼쪽 전전두피질이 없을 경우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남자들은 우뇌, 여자들은 좌뇌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직관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잠을 청하라는 것. 깊은 잠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과 중 잠깐 눈을 붙이면 뇌는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최고의 지적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복잡하게 얽힌 일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에는 모든 것을 덮어두고 잠시 눈을 붙이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최고의 결정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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