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내주로 예정된 마닐라 방문을 취소하면서 필리핀과 미국과의 군사 공조에 이상 기류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머리를 들고 있다.
GMA방송 등 필리핀 언론은 3일 외교부를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와 관련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에게 불가피하게 마닐라 방문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아키노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양국관계가 여전히 긴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키 카랑당 대통령궁 대변인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이해할 만하다"면서 필리핀 국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그를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 방문을 계기로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과의 군사공조를 과시하고 이를 확대 발전시키려던 필리핀 정부의 방침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당초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군 전력 현대화 방안 등을 주요 의제로 협의할 예정이었다.
특히 남중국해와 인접한 서부 팔라완 섬 오이스터만을 미국 프리깃함 등을 위한 군항으로 개발하는 구상 역시 당분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닐라 남서쪽 약 550㎞에 위치한 오이스터만은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이 가능해 '미니 수비크만'으로 불릴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와는 불과 160㎞에 불과해 유사시 신속 대응이 용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정부가 미군의 순환배치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실무협상도 조기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일각에서는 양측 협상대표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마닐라 방문에 맞춰 관련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필리핀 정부는 외국 군대의 직접 주둔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감안, 미군의 순환배치 확대로 실질적인 주둔효과를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실무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행보를 강화하는 중국에 맞서 약 18억 달러 규모의 군 전력 현대화사업에 착수하는 한편 수비크만에 새로운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 수비크만을 미국은 물론 일본에도 개방, 대(對) 중국 공조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