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9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또 다른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로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펼치는 남편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취임한 후 외국 언론과 처음 가진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농업이 공산품과 똑같이 다뤄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농업 분야도 국제 경쟁에 맡기려 하는 아베 정권의 자유무역협정 정책에도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아키에 여사가 아베 총리와 다른 주장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아베 총리가 프랑스 등 유럽을 상대로 한창 원전수출 외교를 펼치던 지난 6월 한 강연에서 자신을 '가정 내 야당'이라 부르며 "나는 원전에 반대한다. (총리가) 외국에 나가서 원전을 팔려고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피구역에 버려진 젖소의 사체 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한일관계에서 줄곧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도 아키에 여사는 이달 3일 도쿄 코리아센터(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일 아동작품교류전 시상식과 7일 주일 한국대사관 청사에서 열린 '김장축제'에 참석하는 등 한일 교류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행보에 '국익을 해친다'는 등의 비판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아베 총리의 지지율 상승을 돕는 '비밀 무기'로 부르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WSJ의 인터뷰는 아베 총리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아키에 여사가 도쿄 상업지구에 직접 개업한 '우즈(UZU)'라는 선술집에서 이뤄졌다. 아키에 여사는 당시 '근무 중 술을 마시지 말 것'과 '일 년 내 수익을 내지 못하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아 아베 총리가 개업을 허락했다며 "일 년 내 수익조건은 가까스로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