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검 갈등 관전 포인트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법원과 검찰이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싸우더니 최근에는 판사가 영장 내용을 즉시 대법원에 보고하도록 한 대법 예규를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대법 예규를 놓고 검찰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라가 망할 일이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당연한 사법 행정업무에 간섭한다"며 "국가 기강이 무너졌다"고 반박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법조 전문가들이 동일 사안을 놓고 저렇게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일반 국민은 뭐가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법ㆍ검 갈등 와중에 국민이 몰랐던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 하나 둘 드러나고 이를 계기로 공판중심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의 물살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법원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 검찰이고 또 반대로 검찰의 생리를 잘 아는 조직이 법원이다. 출신이 같은 법조인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서로 용인했던 치부들이 사상 초유의 법ㆍ검 갈등으로 햇빛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일선 판사들 상당수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구속ㆍ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즉시 대법원에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법원 내부에서도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얼마 전에는 계좌추적 영장까지 상부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의 인사 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판사들이 수사 단계의 영장 사건까지 실시간으로 대법원에 보고한다면 정말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실 법ㆍ검 갈등은 지난 7월 뇌물 혐의로 구속된 조관행 당시 고법 부장판사 사건에서 비롯됐고 비슷한 시기에 대법 예규 보고에 구속ㆍ압수수색 영장도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 판사 구속 이후 일선 법원 순시에서 '검찰 조서를 던져버려라'며 공판중심주의를 강하게 설파했다. 그동안의 조서위주 재판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판사의 유죄 심증 없이 잘잘못을 가려보자는 것으로 마땅한 방향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론스타, 사행성 게임비리의 영장 기각을 놓고 법ㆍ검이 대립했고 급기야 한미 FTA 불법 시위자에 대한 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이 '대법 예규'를 꺼내든 것이다.
입력시간 : 2006/12/21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