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서 러브콜 받았지만… 낡은 법에 발목잡힌 새마을금고

인프라구축 제안 불구 50년전 금고법 탓 수출기회 놓칠판

개방의 물꼬를 타고 동남아 최대의 개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얀마. 한국의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곳 정부로부터 귀가 솔깃한 투자제안서를 전달 받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현지에 직접 진출해 상호금융시스템의 인프라를 구축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단순히 새마을금고의 사업모델을 전수해주는 수준이 아닌 '새마을금고'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미얀마의 각 농촌 지역에 새마을금고 법인을 설립해달라는 것이 미얀마 정부의 요청이었다. 아직까지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사무소 형태의 진출만 허용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의 기존 입장과 비교해봐도 파격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미얀마 정부는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마을금고와 같은 금융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미얀마에 민정이 출범하면서 국가 주도의 경제개혁이 진행 중인데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경제개발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미얀마에서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 사업에 착수하며 새마을운동을 전수해주고 있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국내의 한 창업투자사를 통해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러브콜을 보냈고 중앙회도 적극적으로 현지 진출 계획을 검토해왔다.

국내 창업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는 자원부국이지만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각 가정마다 현금을 집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마을금고 모델을 도입하면 단시간 내에 지하에 숨어 있는 자금을 경제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미얀마 정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얀마 정부조차도 미얀마 농촌 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정부는 매년 비축 물량을 바탕으로 보석박람회를 개최할 때마다 거래되는 금액(대략 1조~2조원 수준)을 바탕으로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의 현금이 농촌 지역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재 미얀마 진출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1963년 새마을금고가 출범할 당시 제정된 새마을금고법에서 영업권역을 지역단위로 명시하고 있는 탓이다. 새마을금고의 미얀마 진출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법에 해외 진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고 기본적으로 상호금융 회사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진출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금융계와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착잡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의 대형 시중은행들조차 해외시장 개척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회가 단시일 내 미얀마 금융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3년 내에 미얀마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미국과 일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미얀마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새마을금고는 '굴러온 호박'도 (규제에 가로막혀) 걷어차야 하는 처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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