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ㆍ환율 문제 등으로 경기 흐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발언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발언의 무게를 고려해 좀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수장’의 침묵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다.
물론 지난 24일 간부회의에서 한 부총리는 “원화값과 국제유가 등 여건이 연초 경제운용계획을 세우던 때와는 차이가 많으니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상황을 그만큼 신중하게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역시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걱정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경기 예측은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는 만큼 최대한의 정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예측인 만큼 적중보다는 오히려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빗나간 예측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 그것을 고수하는 태도다. 최근 정부는 기존의 예측치를 지키는 데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이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경기를 낙관하자는 게 아니고 비관하지 말자는 거다. 고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5% 달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은 “기존의 냄비경제에서 은근한 온기가 지속되는 쇠솥경제로 전환 중”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경제=심리’인 만큼 정부까지 낙관론을 접을 수는 없을 게다. 그러나 상황이 바뀔 경우 수정은 필요하다. 3월 말 기준 국제유가의 평균 가격(두바이유 기준)은 이미 올해 평균치로 예측한 54달러를 넘어선 59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는 67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평균치가 6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원ㆍ달러 환율 예측치는 1,010원. 그러나 3월 말 기준 평균치는 970원이다. 940원선의 벽도 무너졌다. 연초 예측 수준의 유가ㆍ환율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3~4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환율은 1,000원을 넘어서고 유가는 54달러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너무 희박해 보인다.
낙관론을 일찌감치 접자는 게 아니다. 비관론에도 귀를 기울이고 사전에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7일 오랜만에 정례 브리핑에 나서는 경제부총리의 의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