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산업이 국제적으로 더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다.”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이 파업 열흘째를 넘기고 있는 SC제일은행 노동조합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파업의 핵심 쟁점인 개별 성과급제 도입을 두고 노사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성과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가 부족하다고 반박한 것이다.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금융산업이 국제적으로 더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어 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싼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맹렬한(Fiery) 한국의 노조는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한국의 강성 노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거론했다. 이어 신문은 “전국금융산업노조가 SC제일은행의 성과급제를 다른 은행으로 파급되지 못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SC가 현지 문화와 감정을 무시하고 본사 시스템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소개했다. FT는 외국투자 컨설팅업체인 IR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조가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이 현지 관습을 무시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의 언론들이 은행원의 연봉이 6만3,000달러로 일반 연봉 평균의 3배를 웃돈다는 점을 들어 파업에 비우호적인 입장이라며 파업 노조원들이 동해안 리조트로 떠난 것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FT와 SC제일은행의 주장에 대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발언”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이 비노조원과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격려금을 지원한 데 이어, 불법 대출 수익금을 영국 본사로 빼돌렸다가 감독 당국에 적발돼 제재를 받는 등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금융산업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 인식 부족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