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 펀드 투자자들 "차라리 만기 연장하자"

운용사도 수수료인하 등 화답

펀드 만기와 함께 손해를 감수한 채 현금화하기 보다는 만기를 연장해 손실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만기가 다가왔지만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직접 만기를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당수 간접 투자자들은 만기와 함께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펀드를 현금화하기 보다는 좀 더 기다리며 손실을 만회하기를 원한다.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수수료를 대폭 낮춰줌으로써 간접 투자자들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동부델타펀드 등 만기 1년짜리 펀드 36개가 최근 수익자 총회를 통해 만기를 3~5년으로 연장했다고 15일 밝혔다. 동부델타펀드 시리즈는 ELF펀드와 비슷한 구조로 가입 당시 코스지 지수를 기준으로 1년간 코스피지수가 40% 이하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으면 만기 때 최소 연 7~8%의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말부터 2008년 초에 설정된 펀드의 경우 대부분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판매사와 고객들이 펀드 연장을 요청함에 따라 수익자총회를 열어 만기를 연장했다"며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도 고객 손실에 따른 고통분담차원에서 2.6% 였던 판매ㆍ운용 보수를 1.2%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7개의 펀드의 만기를 연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맵스의 RCF펀드시리즈도 최근 수익자 총회를 통해 만기를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이 펀드 역시 설정당시 코스피 기준으로 1년간 한 번이라도 30% 이상 하락한 적이 없으면 최소 7%의 수익을 약속하는 상품이다. RCF펀드 시리즈는 만기 연장에 따른 판매ㆍ운용 보수 인하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실 확정을 기피하는 법인 투자자들이 많아 만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