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주미대사 사의표명..외교부 표정

"6자회담.대미외교에 큰 영향 없을 것"

옛 안기부(현 국정원)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으로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외교통상부는 26일 말을 아끼면서도 우려했던 상황이 왔다며 곤혹스러움 표시했다. 홍 대사는 미국내 인맥 등을 통한 대미외교의 새 지평을 연다는 임무를 띠고 지난 2월 부임했지만 5개월여만에 뜻하지 않는 과거 대선자금 통로 의혹이 불거지면서5개월 남짓만에 중도에 하차하게 됐기 때문이다. 홍 대사의 사의표명 소식은 외교통상부 내에서도 이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외교장관 회의' 및 제12차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을 앞둔 반기문(潘基文) 장관 등 극히 일부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교부 관계자들은 홍 대사의 사의표명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오히려 취재진에게 "보도가 맞는 것이냐"며 반문하는 가 한편, 사의 표명이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홍 대사의 사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1997년 대선과정에서 홍 대사가 대선자금 제공의 통로 의혹을 한 몸에 받아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만큼 현실적으로 대사직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들도 나왔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홍 대사가 부임 이후 정지작업을 거쳐 이제 막 대미외교의시동을 본격 걸려는 상황에서 과거의 일로 중도하차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 대사는 미국내 인맥 등을 활용, 대미 외교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했다"며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미외교의 수장이 낙마하게 돼 더 아쉬움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미대사 중도하차로 북핵 해결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도청 테이프 보도가 나오면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것으로우려를 했다"며 "잘 봉합되기를 바랐는데 언론에 너무 적나라한 내용이 공개됐다"고덧붙였다. 그는 "어제 홍 대사와 관련, 청와대 회의도 있었지만 홍 대상의 사의표명이 생각보다는 빨리 온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시한 뒤 "홍 대사도 악화된 여론에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극도를 말을 아끼면서도 "이날 오전 출국한 반 장관은 홍 대사의 사의표명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홍 대사가 주미대사로서는 최단명으로 끝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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