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의 부도위기설이 나돌면서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중소기업 자금난이 극심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대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릴 정도인데 중소기업의 자금난이야 오죽하겠는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려 경제살리기는 겉돌고 위기감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중소기업 자금난은 한보·삼미부도이후 진로까지 부실화되자 금융기관들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기존 대출금 회수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부도 방지를 위한 금융기관 협약이 발효되면서 금융기관들이 더욱 몸사리기를 함으로써 중소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2금융권이 몸을 사리게 되는 이유는 그럴만 하다. 제2금융권은 주로 신용대출을 한다. 은행은 담보를 팔아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 손해를 보지 않지만 제2금융권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기관협약 때문에 채권행사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제2금융권이 서둘러 대출회수에 나서고 신규대출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도방지협약이후 중소기업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사채시장 사정도 더욱 나빠져 고금리를 주고도 급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부도방지 협약이란 자세히 뜯어 볼 것도 없이 부실 대기업 살리기 제도다. 따라서 재벌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중소 중견기업을 죽이는 꼴이나 다름없다.
경제가 어렵고 자금사정이 나쁘다해도 대기업은 헤쳐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금융기관 여신이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대기업은 은행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면서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지속해 왔다.
그러다가 부실화하면 정부와 금융기관이 앞서서 도와준다. 부도방지 협약도 대기업만이 혜택을 독점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도 중소기업은 쏙 빠져 있다. 특혜를 못받는 것만도 서러운 판에 오히려 자금줄이 얼어붙고 부도위기를 맞는 불이익을 덤터기 쓰게 된 것이다.
대기업을 살리는 것은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육성하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바탕이다.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이 존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고통과 절규에 정부와 은행은 귀를 닫고 있는듯 하다. 대기업 부도에 따른 파장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망하고 건실한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의해 도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부도방지협약의 지원대상을 대기업에 한정하지 말고 중소 중견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최소한 대기업을 돕자고 중소기업 목조르기를 해서는 안된다. 자금이 골고루 흐르게 하는 대안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불황타개나 경제살리기의 해법도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의 흐름을 제 길로 터주는데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