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7(목) 18:32
17일 경제대토론회는 구조조정에서 내수진작으로 정책의 촛점을 전환하는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각계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 더 이상 실물경제 붕괴를 방치할 수 없다는데 토론 참석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한다는 정부방침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정책의 변화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게 정부측 평가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유난히 강조했다.
우선 내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침체되고 수출증가세도 현저히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4분기까지 국내총생산(GDP) 증가률이 마이너스 6.6%였고 7월중 산업생산은 12.9%, 도소매판매는 17.4% 각각 감소했다. 수출은 물량기준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단가 하락과 아시아시장 위축등 해외수요 부진으로 감소하는 양상이다. 8월에만 10.8%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외경제여건의 변화도 중요한 토의주제였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상승하는등 한국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신규차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게 정부의 진단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곧 아시아등 신흥시장 국가의 저성장을 불러오고있으며 선진국들의 경기침체도 장기화, 대외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제경제 상황이 더 악화, 국내경제에 큰 충격을 몰고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부가 내린 경제진단의 핵심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신용경색이 심화, 내수소비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다는 것. 정부는 내수침체와 수출둔화가 생산감소로 이어져 다시 내수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수진작을 통한 성장잠재력 견지」라는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다.
토론회의 핵심쟁점중 하나는 구조조정 마무리였다. 1단게 금융구조조정을 이달말까지 마무리한다는게 정부 방침. 부실채권 매입등 공적 자금을 충분히 지원,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대신 금융기고나의 자구노력을 주문할 방침이다. 기업구조조정은 은행주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기업구조조정기금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지원, 5대 재벌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등으로 요약했다. 이런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신용경색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토론 참가자들은 이같은 정책전환에 대해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작업을 포기한 채 서둘러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결국 죽도 밥도 안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 참석자들은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했으나 토론자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이날도 내수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본원통화 공급을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 신용보증 활성화, 주택및 내구소비재 구입을 위한 수요자금융 확대등 지난 2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조치들만 나열했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예산의 조기집행을 거론했고 중고시설재에 대한 투자세액공제허용등 세제지원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수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부분 조치가 극도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릴 묘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기활성화를 경제정책의 주제로 삼았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정부측 의도대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혁과제를 서둘러 매듭지은 뒤 돈을 풀고 재정이 적극 나서는 본격적인 경기진작에 나서야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또 이날 논의된 내용들을 충분히 수렴, 향후 정책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토론회 결과를 국민적 합의로 포장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 하나의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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