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료 의존벗고 수익구조 다각화

■ 통신업계 사업영역 확장 의미·실태SKT등 신용카드·물류·방송업체와 제휴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업체들의 사업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유무선 통합과 위성통신, 지불ㆍ결제기술, 모바일 컨텐츠 확충 등이 대표적인 예다. 통신업체들은 통화료에 의존하던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금융ㆍ유통업체 등도 고객확보 전략 차원에서 통신업체들과 적극 손잡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업체와 금융ㆍ방송ㆍ유통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업체들이 서로 제휴, '협력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아예 업종 구분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단계에서는 그동안의 협력관계가 오히려 적대관계가 될 수도 있고 따라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결국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칠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 기술이 업무영역을 무너뜨린다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한 업무영역 파괴는 진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진원지다. 통신이 단순히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자는 물론 고화질의 영상 등 고품질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르게 다른 서비스 분야와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기술의 발달은 서로 다른 두 업무영역의 경계선상에 놓여 있는 '퓨전(Fusion)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장착한 휴대폰, 방송은 물론 위치추적시스템과 각종 데이터 송수신 등의 기능을 갖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휴대폰의 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한 물류정보 제공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이 같은 퓨전 산업에 SK텔레콤ㆍKTFㆍ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이 적극적인 것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가입자 증가율이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기존 전화요금 외에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공생인가 적자생존인가 통신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은 크게 활성화돼 있지 않다. 아직은 기존의 금융이나 방송ㆍ유통 시스템에 익숙한 고객들이 쉽게 새로운 서비스의 고객으로 전환되고 있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각 서비스를 제공 중인 업체들도 현재보다는 잠재적 시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업체들의 신규사업 진출방식 역시 정면대결보다는 리스크를 줄이고 기존 시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파트너십이 아직은 대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이 같은 협력관계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게 되면 자칫 기존 시장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신서비스업체가 기존의 금융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거나 금융업체가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휴대폰을 이용한 금융서비스로 통신업계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결제ㆍ거래, DAB 등 영역이 모호한 신 서비스의 경우 시장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서로 다른 업역간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 이처럼 업무영역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ㆍ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서비스를 어떤 범주로 묶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부 부처간 견해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지불ㆍ결제서비스의 경우 이를 금융서비스로 볼지, 아니면 단순히 이동전화의 기술 발달에 따른 부가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따라 관할 부처는 물론 관련 법규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도 이 같은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DABㆍ디지털위성방송 등 통신ㆍ방송 융합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방송위원회 등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조기에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를 주관하는 정부 역시 유연함을 갖고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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