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유럽 재정위기의 다음 진앙지로 지목되는 스페인의 유사시에 대비해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EU 관계자들이 스페인에 대한 금융지원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는 한편으로,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등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EU가 검토 중인 첫 번째 방안은 스페인 은행들이 자금을 보강할 수 있도록 유럽재정안정기금(EFSE)을 활용한 저리 융자를 해 주는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방안이기도 하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국채를 사들이거나,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 시한을 1년 가량 늦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였던 재정적자 비중을 올해 안에 5.3%, 내년에는 EU 의무선인 3%까지 낮춰야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스페인의 적자비중이 올해 6.0%, 내년에도 5.7%에 달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8일 당초 0.1%였던 2013년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를 0.5%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올해 GDP 전망치는 기존 -0.4%에서 -1.2%로 끌어 내렸다.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경기 여건이 더욱 악화됐고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전망치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탈리아 경제가 -1.9%로 역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그러나 경제 성장률이 2013년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서 2015년에는 GDP가 1.2%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