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자 투자주체들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일단 손절매를 할 것인지, 주가가 많이 빠졌으니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프로그램 매매의 경우 지수가 폭락하는 가운데도 대거 순매수가 들어오는가 하면, 소위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매수, 매도 포지션을 뒤집고 있다. 23일 증시에서는 무려 6,44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돼 사상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 순매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순매수 사상 최고=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지수가 2.06%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11일 5,470억원의 최대 순매수 기록을 넘어선 6,440억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중 대부분은 선물과 연계된 차익 매매였다.
선물의 하락속도에 비해 현물이 급하게 떨어지면서 선물이 현물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 이에 따라 고평가되는 선물은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실제로 이날 현물인 코스피200 지수는 1.5% 하락한 반면 코스피200 선물지수(3월물)는 1.2% 하락에 그쳤다.
보통은 현물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선물시장은 추가하락을 우려해 더욱 빨리 떨어지면서 프로그램 매도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프로그램 매수가 나오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18일 지난 18일 코스피지수가 2.64% 하락한 날에도 프로그램 매매는 1,20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물 저평가 현상이 심했는데 갑자기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물시장의 하락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가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이날 들어온 프로그램 매수는 선ㆍ현물의 가격차이가 조금만 바뀌어도 언제든지 프로그램 매도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왕좌왕’= 시장 분위기가 쉽게 휩쓸리는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 할 것 없이 다들 방향성 없이 즉흥적인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 17, 18일 하락장에서는 각각 1,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수가 반등한 19일 987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20일 1,958억원 순매도, 23일 4,701억원 순매도 등 매도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보다 더욱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나 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지난 17일 하락할 때는 947억원을 순매수하더니, 18일 하락시엔 3,136억원을 매도했고 다시 19일 이후부터는 순매수를 지속중이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무려 4,611억원을 사들여 모처럼 대규모 매수를 기록했다.
증시 수급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겨지는 기관들의 매매 방향도 종잡을 수 없어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3일 기관은 5,172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가 6,000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기관은 순매도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일에도 기관은 2,355억원 순매도를 하는 등 지수 하락을 부채질하는데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