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몸에 고정시키지만 않으면 허용

영·미 골프협회, 앵커링금지 규정 신설키로
퍼터 길이는 상관 없어…2016년부터 적용

오는 2016년부터는 그립 끝이나 끝을 잡은 손을 복부·가슴·뺨등에 고정시킨 상태로 퍼트를 하면 2벌타를 받게 된다. 자료=미국골프협회(USGA) 홈페이지

최근 2년 동안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 3승을 거둔 골프계 뜨거운 뉴스 메이커가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주인공은 롱 퍼터로 통칭되는 벨리 퍼터와 브룸스틱 퍼터다.

세계 양대 골프기구인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8일(현지시간) 골프채를 몸에 고정시킨 채 볼을 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월의 토론 기간을 갖게 되지만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섭은 되고 엘스는 안 돼=골프규칙 14-1은 '볼을 올바른 방법으로 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 R&A와 USGA는 '골프 클럽을 몸 한쪽에 붙여서 스트로크 할 수 없다'는 내용의 14-1b를 추가하기로 했다. 14조 위반은 2벌타 사항이고 매치플레이에서는 그 홀의 패배가 된다.

이 규칙은 퍼터의 길이는 제한하지 않는다. 핵심은 클럽 손잡이 끝을 몸에 고정하는 앵커링(anchoring∙닻을 내림, 고정시키기)을 금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섭(31∙아리지CC)이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회에서 보여줬던 퍼팅은 규칙 위반이 아니다. 샤프트 길이는 전통적인 퍼터보다 길지만 그립 끝을 배꼽에 대지 않고 스트로크를 하기 때문이다. 어니 엘스, 애덤 스콧(호주), 키건 브래들리, 웹 심슨 등은 배꼽이나 가슴에 그립 끝 부분이나 그립을 잡은 손을 고정시키므로 반칙이 된다. 턱이나 뺨 등에 고정시키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스트로크의 본질 회복 위한 결정"=롱 퍼터 논쟁이 오랜 시간 계속된 이유는 클럽 끝을 복부나 가슴에 고정하면 이상적인 '시계추 스트로크'로 볼을 똑바로 굴리기가 수월하다는 점 때문이다. 손목 움직임을 없앨 수 있어 특히 긴장감 속에서 유리하다. 지난 1960년대 중반 처음 출현한 롱 퍼터는 지난해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브래들리)부터 올해 US 오픈(심슨), 브리티시 오픈(엘스)까지 롱 퍼터 사용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극에 달했다.

타이거 우즈는 올 2월 "퍼팅은 몸과 클럽을 이용해 시계추 동작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롱 퍼터 사용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이사는 "골프 600년 역사 동안 손과 스윙으로 볼을 쳐 왔다. 플레이어는 (고정시키는 도움 없이) 클럽만으로 볼과 동작을 컨트롤해야 한다"며 스트로크의 본질에 맞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규칙은 퍼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린 주변에서 페어웨이우드를 사용해 칩샷을 할 때 등도 그립 끝을 복부에 대고 하면 안 된다.

규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는 않다. 테드 비숍 PGA 회장은 "우리의 임무가 게임을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봤을 때 사용금지가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가로막는 일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롱 퍼터 사라지나=길이에 제한은 없으므로 롱 퍼터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몸에 고정시킬 수 없다면 롱 퍼터의 이점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투어 무대에서는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퍼터를 써서 브리티시 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스콧은 "예전에 일반 퍼터로도 많이 우승했기 때문에 롱 퍼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롱 퍼터는 허리가 불편해 허리를 굽히기 힘든 시니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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