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장' 김기춘의 힘

NSC 상임위원 맡아… 야 "대원군이 병권까지 장악" 비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사령탑 격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도 맡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왕실장'의 위상을 입증했다.

정부는 15일 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NSC 운영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 비서실장은 NSC 위원장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매주 정례적으로 열리거나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소집되는 NSC 상임위에 출석하게 된다.

기존 규정에서 NSC 상임위원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NSC 사무처장인 국가안보실 1차장, 국가안보실 2차장을 겸임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외교안보 분야 국무위원 및 청와대 참모진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국정전반에 관한 대통령 업무를 총괄 보좌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NSC 상임위원 추가는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 지속 및 한일 간 과거사 갈등,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 추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대통령 비서실장도 외교안보 분야의 상황들을 인지할 필요성이 있고 모든 사안이 외교안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김 비서실장의 경력이 외교안보 분야와는 거리와 먼데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NSC 상임위에 같은 실장급 인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비서실장의 NSC 상임위원 참여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원군'이 '병권'까지 장악하는 격으로 대통령의 눈과 입을 가리고 국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사실상의 '섭정'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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