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금 이견에 美정찰기 문제 겹쳐 난항예고올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주말 중국의 WTO 가입에 관한 비공식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지만 협상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농업보조금 지급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팽팽한데다 정찰기 문제를 놓고 발생한 중국과 미국간의 정치적 갈등이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포럼에 앞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난항에 빠진 중국의 WTO 가입=현재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농업보조금 지급 문제다. 중국 정부는 8억 명의 농민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보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WTO에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이 그 같은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이 문제에 관한한 절대 타협 할 수 없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있다.
미국이 한달 반 전 GDP 대비 농업보조금 지급 비율을 낮춘 타협안을 제시한 뒤 중국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촉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무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찰기 사건으로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이 악화되면서 문제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 고위층은 WTO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인 긴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매듭이 풀리기 전까지 협상은 계속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 일각에서 이 같은 대(對) 미 강경 분위기에 편승, WTO 가입에 따른 개방이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설상가상의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10월 전 가입 가능성 높아=중국의 WTO 가입이 여러 가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오는 10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APEC 포럼 전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지지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WTO 가입 협상은 부시 행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과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설립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어내는 등 추진력을 보여왔지만 부시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나 올 상반기 가입을 확신하며 중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가입 협상이 꼬이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같은 불만에 자유로울 수 없는 부시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 일각의 강경 대응 입장도 WTO 가입 포기로까지 확대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 등 중국 최고위층이 WTO 가입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처음 개최될 뿐만 아니라 중ㆍ미 정상간의 첫 대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10월 APEC 포럼이 중국의 WTO 가입을 확정 지을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