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로비스트가 어엿한 직업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로비스트라는 명함 갖고 다니다가는 바로 감옥 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로비스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형 스캔들 뒤에는 반드시 로비스트가 존재했고 관련된 인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심지어 대통령의 아들들도 로비스트의 작업목표였을 정도니 우리나라가 로비의 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릴 만도 하다.
로비는 그것이 불법적이든 합법적이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우리도 국익을 위해 외국의 정ㆍ관ㆍ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외국처럼 비즈니스의 한 과정으로 세련되게 로비를 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하던 것처럼 검은 거래를 하다 보니 들통이 나면 망신살이 뻗치게 마련이다.
한국이 졸지에 뇌물 등 부정이나 저지르는 저질 국가로 낙인 찍힌 사건이 1976년 10월15일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이 미 의원들을 매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기사를 이날 1면 머리로 보도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에 분노했던 미국인들은 의회마저 부패에 물들었다는 폭로에 치를 떨었다. 미 의회와 국무부는 로비스트 박동선씨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미국이 청와대를 도청한 사실을 문제 삼아 송환을 거부했다. 결국 미 법무부는 1977년 9월6일 박씨를 기소했다.
이후 미국 정부에서 전면 사면권을 받는 조건으로 1978년 2월23일 미국에 간 박씨는 상ㆍ하원 윤리위원회 증언에서 한국에 대한 쌀 판매로 920만달러를 벌어 800만달러를 로비 활동 등에 지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도 별 수 없었다. 미 의회와 법무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돈을 받은 민주당 의원 3명만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