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라크 전쟁에 이어 북핵사태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올해는 어느해 보다도 불확실성이 높고,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대다수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을 통해 감량경영을 실시하거나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안점을 두곤 한다.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 급급하다 보니 신규 투자는 과도할 정도로 억제되고, 추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사업은 전면 중단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다 보면 고객이 뒷전으로 밀리는 누를 범하기도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보다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 저가형 제품의 출시나 가격 인하, 경품 제공 등에 힘을 쏟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고 소비심리가 위축된다고 해서 기업생존의 필수 조건인 고객만족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고객은 불황기라고 해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고객에게 정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기업만이 침체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실물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고객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를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브랜드 파워가 약하거나 고객관리가 체계화 돼 있지 않은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객관리 강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을 한명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의 5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의 대부분은 기존 고객들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고객 이탈률을 5% 줄이면 수익이 25% 이상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존 고객을 충성도(Loyalty) 높은 우량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비용을 덜 들이면서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반면 불만족을 경험한 고객은 그 업체에게는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그 서비스를 다른 고객에게 소개하는 비율은 10% 미만인 반면,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그 서비스에 대한 악평을 주변 사람에게 전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고 한다.
요즘 기업하는 사람 치고 고객에게 제품을 한번 팔고 말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회성 판매에 그치지 않고, 그 고객과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판매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객관리가 필요하다.
불황기에 회사 차원에서 지나치게 매출 증대 위주의 경영을 펼치다 보면 고객 불만을 야기하기 쉽고, 고객에게 주는 작은 실망은 곧바로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고객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잘 통하는 마케팅 법칙 중에 `상향 추구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우리 소비자들은 수준을 높이면 높였지 결코 수준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40평에 살던 사람이 15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고객의 욕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기대 수준도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황기라고 해서 고객의 기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은 돈을 쓰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호황기 보다도 높다. 기업을 평가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고객의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지게 마련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고객중심의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축소지향의 경영을 전개하는 불황기는 오히려 고객만족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불황일 때 호황기를 대비해 적극적인 고객만족 경영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한번 실망한 소비자는 두 번 다시 그 기업을 찾지 않는다. 불황기에 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곱씹어봐야 할 진리다.
<정대종(우리홈쇼핑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