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광고에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가 등장하고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를 패러디한 핸드폰 광고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가 하면 미술관 곳곳에서는 서양 미술사에서 중세와 근세 거장들의 명작을 선보이는 블록버스트급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미술이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이들 광고나 전시에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 특히 19세기 인상주의 작품이 많다. 인상파가 일반 관람객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사조라는 것이 작품 이미지를 차용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인상주의 미술을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한국의 많은 관람객들에게 현대미술은 낯설고 난해한 장르로 인식돼 외면을 받고 있다. 현대미술은 감춰진 은유(metaphor)를 조각조각 맞춰가야 하는 개념적인 작품이 많아 보이는 형상으로만 이해하기가 어렵다.
당대(contemporary) 미술을 이해하기 힘들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인상주의 화풍이 처음 소개됐을 때 주류 미술계는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야유하고 비난하기 바빴다. 그러나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들 작품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문화강국의 반열에 올려놨으며 휴가철이면 세계 각지의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들여 관광수익을 벌어들이는 ‘황금거위’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계 경제 10위권에 우뚝 선 한국. ‘이머징 마켓의 시대’의 저자 앙트완 반 아그마엘이 선정한 신흥 글로벌 리딩 기업 25개에는 삼성전자ㆍ현대중공업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 등 4개가 우리 기업으로 채워질 만큼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문화로 주제를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이 70억원을 호가하며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래되지만 한국 작품의 최고가격은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백남준에 이은 거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현대 미술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서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람객들은 기꺼이 전시회를 찾아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0년 후에도 해외 명작을 패러디한 광고를 보면서 그저 남만 부러워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