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 실패로 美경제위기" 여론 고조
미국 경제의 '마에스트로(거장)'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금리정책에 실패, 미 경제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여론이 최근 비등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신문은 나스닥지수가 이날 29개월만에 처음으로 1,8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고 기업과 민간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미 경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 그린스펀을 비롯한 FRB 이사들의 그릇된 정책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경제평론가인 빌 오라일리는 지난주말 한 방송에 출연, "금융시장은 더 이상 그린스펀을 신뢰하지 않으며 수백만의 미국인들 역시 그를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존 H. 메이킨 역시 FRB의 현정책기조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기만족적"이라고 비난했다. 미기업경제학회(NABE) 최근 자체 조사결과 FRB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응답률이 사상최고치인 34%에 달할 정도다.
그린스펀에 대한 비난은 ▦98~99년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거품을 자초했으며 ▦둔화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금리를 오히려 올렸으며 ▦올 들어서도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97~98년 동아시아 및 러시아발 국제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해 FRB가 금리를 지나치게 내리면서 설비과잉, 부채과다 등을 금융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의 후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노동생산성 급증과 증시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에 집착, 금리를 오히려 올리는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
그린스펀 주변인물들은 정작 당사자는 이런 비난에 대해 오히려 홀가분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런 논쟁을 계기로 그린스펀 자신은 경제문제에 관한한 오류가 없는 인물로 비쳐지는 데 따른 부담감을 덜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
또 그의 정치적ㆍ경제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그린스펀의 75세 생일파티에 딕 체니 부통령, 폴 오닐 재무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워싱턴의 실력자들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그의 전성시대는 지속되고 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