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7일 세월호특별법 등과 함께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작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인 유씨가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에는 적용되지 못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유병언법'은 다중인명피해사고 발생시 사고 책임자뿐 아니라 일가나 측근에게 숨겨둔 재산도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참사의 직·간접 책임자들에 대한 폭넓은 재산 추징과 몰수가 가능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유씨 측근들이나 친인척에는 해당 되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유 전 회장이 숨지기 전 사법 심판대에 올려 유죄 판결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씨에게 다중인명피해사고 책임의 유죄판결을 받지 못해 그의 차명 재산 소유주에게 유병언법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와 만나 "말만 '유병언법'이지 실제는 유씨의 차명자산에는 적용이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씨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씨 등 측근이나 일가의 차명자산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관계사 12곳의 전체 담보 평가액이 3,300억원 정도로 실제 1,950억원의 담보대출을 제외하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재산도 크게 줄어든다. 자산관리공사가 국정감사에서 거액의 유씨 차명자산을 찾았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민사소송 대상이다. 총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참사 구조·수습비용을 메울 길이 녹록지 않게 된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헌 시비도 제기된다. 다중인명피해사고 범죄수익과 책임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제3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유병언법은 사고 발생에 형사적 책임이 있는 개인·법인 외에도 '경영지배·경제적 연관 또는 의사결정 참여 등을 통해 그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도 책임자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또 '그(범죄)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몰수대상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제3자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홍 의원은 "당초 범죄수익을 인지하지 못한 차명재산도 몰수대상으로 했던 원안을 고쳐 통과시켰으나 여전히 위헌시비가 남는다"고 말했다. 전지현 변호사는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가 농후한 과잉입법이라는 시각이 법조인들 사이에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