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오 전 시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투표 결과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고수해온 원칙과 가치에 대해서는 끝내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 전 시장은 준비해온 원고를 다 읽자마자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그는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네 차례의 기자회견을 했지만 대선 불출마 선언 때를 제외하고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만들지 않았다. 개표가 무산된 직후에도, 사퇴를 밝힐 때도 그랬다. 심지어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시장직을 걸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통은 없고 전달만 있는 기자회견이 되풀이된 셈이다. 언론의 궁금증 해소는 전부 대변인의 몫이었다. 자연히 기자단 사이에서는 '또 그냥 나가냐'는 푸념이 이어졌다.
오 전 시장의 패배는 기본을 무시한 데서 싹트기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그는 언론과의 소통에 소홀했고 결과적으로 시민과도 불통(不通)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을 사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도 다르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기자들을 향한 귀는 역시 열지 않았다.
꼭두각시처럼 받아 적기만 하기 위해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기자는 아무도 없다. '국민을 대신한 소통'을 위해 기자는 회견장에서 위정자와 마주한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무릎 꿇고 눈물 훔치는 것만이 소통의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선의를 이해해달라는 진심도 소통 없이는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달밖에 없는 현장에서는 더 이상 노트북을 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