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있는 중견안무가를 통해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자리인 국립현대무용단의 ‘국내안무가초청공연’이 8일~9일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전미숙(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과 정의숙(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과 교수)이 초대돼 관객과 만난다.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온 전미숙의 신작 ‘토크 투 이고리-결혼, 그에게 말하다’는 러시아의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음악ㆍ니진스카 안무의 1923년 작 ‘결혼’을 재해석해 오늘날 결혼의 의미를 되짚는다. 전미숙은 “결혼은 일반적으로 사랑의 확인 또는 결정체로 여겨져왔는데 이번 무대는 결혼을 삶의 한 과정이자 각자로서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 주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으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로맨스를 걷어내고 독립적이고 기능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현대사회 결혼의 모습을 그리는 셈이다.
아지드현대무용단을 이끌고 있기도 한 정의숙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같은 이름의 현대무용으로 풀어낸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돼 처형되기 전날 12제자와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유다가 배반하는 순간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예수가 만찬 당시 ‘너희 중 누군가가 나를 배신할 것이다’라고 말한 뒤 제자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을 포착해 낸 것이다. 정의숙은 이들 12제자의 관계에 주목한다. 정의숙은 “운명을 함께한 동료임에도 이들 사이에서는 의심과 반목이 엿보인다”며 “인간의 속성을 명화 속 인물에 투영하는 작업”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의심과 반목’을 안타까움으로 그렸다는 얘기다.
이번 공연은 두 작품이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며 특히 실력있는 무용수들이 공개오디션과 특별선발을 통해 두 안무가가 직접 선발됐고, 표값을 전석 2만원 이하로 매겼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