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계부채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이라는 세계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의 지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기구들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저금리에 편승해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가계부채가 결국 소비회복을 가로막아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부채가 450조원에 육박해 국내총생산의 70%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경고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IMF는 한국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 그 같은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국내 가계의 부채규모는 2000년말 266조8989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447조567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51조1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153조3000억원으로 61.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기구들의 지적대로 금리상승과 주택가격 하락등과 맞물리게 될 경우 우리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돼 가계대출 부실 등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기침체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이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등 부동산 담보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가격 하락은 곧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은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시한폭탄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일자리창출이 지연되면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과도한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인 신용불량자가 갈수록 늘어나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은 가계 부채의 부실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도 지난해 들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 가계부채로 인한 위기 발생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기는 하다. 그러나 안심하고 있어도 좋을 상황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정책차원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아울러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도 가계대출에 대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부동산담보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동산담보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선입견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가계대출이 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사전적인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훈기자 atrip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