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 당선인의 ‘전봇대’ 발언 이후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전봇대 문제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활동과 수출을 저해하는 땅 위의 전봇대는 지금부터라도 마땅히 뽑혀져나가야 하지만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무사안일ㆍ탁상행정 마인드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지방 관가에서는 각종 기업규제 철폐정책 및 성공사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지방자체단체들은 기업ㆍ외국자본 유치실적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였으나 MB 당선 이후 부터는 기업규제 철폐 실적이 새로운 경쟁의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관내 기업들의 창업 및 공장설립 민원처리기간이 평균 7일로 크게 단축됐다고 발표했다. 시가 지난 2003년 원스톱 민원처리시스템인 ‘창업ㆍ공장설립 퀵 서비스제’를 도입한 결과 시행 첫 해 26일이 걸리던 민원처리기간이 2004년 14일, 2005년 13.5일, 2006년 8.5일, 지난해 7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울산시는 창업 51건, 공장설립 188건 등 총 239건의 민원을 접수해 101건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31건은 5일, 32건은 7일, 24건은 10일, 13건은 15일, 1건은 20일 안에 각각 처리했다.
통계만 놓고 보면 기업규제에 획기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바는 이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초 울산의 모 기업은 공장 부지를 확장하기 위해 시에 주변 해안 일부에 대한 매립 신청을 했지만 1년 가까이 서류를 들고 왔다갔다 했다.
해당 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는 처음부터 사실상 부지 매립 불가를 전제로 민원처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담당자를 설득하고 백방으로 뛴 노력 끝에 시의 승인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기업은 당시 공장부지 확장이 불가할 경우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작정이었다. 부지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지만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규제 마인드가 기업의 의욕을 꺾어버릴 뻔한 사례였다.
한 기업인은 “지방정부도 기업 제일주의로 바뀌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방정부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