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강세장 끝… 블랙먼데이급 대폭락 온다"

목소리 커진 '닥터 둠'
美 증시 거품 논란 속 하락세에 파버 "S&P 500지수 20~30%↓"
루비니 "中 등 새 위협요인 등장" 글로벌 금융가서도 비관론 잇따라


'거품' 논란 속에 미국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월가 비관론자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이어진 강세장이 드디어 대대적인 조정기에 돌입했다며 20~30%의 지수하락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월가의 대표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10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증시가 '블랙먼데이' 발생 당시인 지난 1987년보다 더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먼데이는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하루 사이 무려 22.6%나 곤두박질치며 장이 대폭락한 1987년 10월19일을 일컫는다. CNBC방송은 파버가 매월 발간하는 투자 레터 '그룸붐앤드둠' 을 통해 "앞으로 12개월 내에 1987년과 같은 증시 대폭락이 나타날 수 있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에서 30% 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을 폈다. 그는 이번 조정장이 1987년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이 "주식을 사기에 좋은 때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는 이미 고통이 시작된 상황"이라며 성장주 투자를 경계했다.

또 한 명의 닥터 둠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최근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리스크 요인을 떠안게 됐다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다. 루비니 교수는 유럽 위기 등 기존의 위협요인이 해소되는 대신 새로운 요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조정 타이밍을 잘못 맞출 경우 아시아 영토분쟁이 군사충돌로 비화할 가능성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시종일관 비관론을 외치던 이들 외에도 글로벌 금융가에서는 폭락장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마켓워치는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삭소방크의 스틴 야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S&P500지수가 올해 말 무렵에는 30%가량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콥슨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미국의) 양적완화가 시작된 뒤 증시는 제대로 조정을 받은 적이 없다"며 "1단계 상품에서 2단계 고정자산으로 이어진 조정이 마지막으로 증시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짐 폴슨 수석 전략가는 "1987년과 같은 대폭락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2009년 이후 이어져온 지금의 강세장이 1982년에 시작돼 1987년 블랙먼데이로 막을 내린 당시의 강세장과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7년 당시처럼 경제에 호재가 되는 소식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이 수개월 내에 벌어질 수 있다"며 증시가 10% 정도 하락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중국의 신용 버블 △기업공개(IPO) 열풍 △기술주 밸류에이션 △5년간 지속된 강세장 △양적완화 축소 △비트코인 등장에 따른 통화 시스템 신뢰 붕괴 △금값 상승 등의 현상이 모두 증시폭락을 알리는 징후라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증시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약세장을 타고 쏟아져 나오는 비관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파버는 지난해 8월에도 1987년과 같은 증시 대폭락이 다가올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후 현재까지 S&P500지수는 9% 오르며 증시 위기론을 무색하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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