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띄웠다. 올 첫 출장지로 미국을 방문해 판매와 생산현황을 직접 챙긴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기선을 잡겠다는 의도다.
정 회장은 24일 4박5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강행군이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기아차 멕시코 신공장 건설현장도 찾을 계획이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유로화와 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로 고전이 예상된다"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임원들에게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이듬해 '10년 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판매의 돌파구를 열었다. 이번에는 '품질 최우선'을 내세운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일부 차종 리콜의 재발을 막고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생산을 시작한 신형 '쏘렌토'의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올 하반기 생산예정인 '신형 K5'와 '신형 아반떼'의 생산준비 및 품질확보를 당부한다.
정 회장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해답은 품질"이라며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할 계획이다. 또 "올해 신차들은 양산 전 시험생산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특히 협력사들의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거듭 당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와 부품 품질 개선활동을 확대한다. 협력사의 경쟁력 확보와 품질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에 기술을 제공하고 업체 대상 세미나 개최, 품질 문제 예방활동을 실시한다.
정 회장이 올해 첫 출장지로 미국을 선택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것은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8.3%였지만 올 1월에는 1년여만에 최저치인 7.2%까지 떨어졌다. 2월에는 7.7%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쉬운 상황은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1,653만대)보다 2% 증가한 1,69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 및 저금리 기조 속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 트럭 같은 소형 상용이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이 중요한 이유다. 정 회장은 SUV 판매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차도 '투싼'과 '싼타페'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작년보다 8% 증가한 141만대를 팔 예정이다.
정 회장은 "신차를 활용해 미국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SUV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고 승용차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디자인 역량도 강화한다. 정 회장은 "북미 시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반영해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