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봉급생활자의 노후대책

김형기 증권부장 kkim@sed.co.kr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항상 세상을 바라본다. 구멍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은 동네 사람들이 이것저것 많이 사가면 경기가 좋구나하고 여기고 호프집 주인은 술손님이 뚝 떨어지면 경기가 완전히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헤쳐가는 방편도 바로 주변에서부터 찾게 마련이다. 경기가 진짜 꽁꽁 얼어붙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택시기사나, 간혹 들르는 집 주변 음식점 주인들은 “살다살다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엄살이라고 믿기지 않는 것이 음식점 손님이라고는 달랑 혼자인 경우도 꽤 있었다. 서민들은 한푼이 없어서 입을 것 못 입고 먹을 것 못 먹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 부자들은 여전히 돈 굴릴 곳을 찾고 있다. ◇초저금리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나는 증권사 사람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주식시장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올해는 기대할 것이 없지만 내년에는 진짜 대단한 ‘주식시장 랠리’가 펼쳐진다는 이야기다. 편한 자리에서는 심지어 “주가지수 세자릿수 시대는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라고까지 단언한다. 가장 큰 이유로 드는 것이 초저금리 환경이다. 유사 이래 처음 당하는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예금이나 적금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금융수익을 얻기가 불가능하다.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금리가 다시 오를 것 같지도 않다. 글로벌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투자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어 투자활동이 회복된다 해도 예전에 경험했던 고금리 시대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도 주식시장에 유리하다. 시장 전문가들이 거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자세다. 사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부동산 거품 빼기’다. 각양각색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들이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1년여 동안 쏟아지면서 그동안 서민들의 가장 큰 재태크 수단이던 아파트 투기는 확실하게 고개를 숙였다. 최근에는 땅투기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경합대상(부동산시장)이 옴짝달싹 못하면 당연히 주식시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주식시장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라는 증거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짧은 기간 동안 간접투자시장을 위한 법도 새로 만들었으며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킬 사모투자회사(PEF) 설립도 허용했다. 기업들로서는 엄청난 부담인 공시제도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도 투자자들에게는 굉장한 메리트를 부여하는 셈이다. 모든 정책이 각각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주식시장을 향해 작동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내년을 벤처 부활 원년으로 삼겠다”고 호언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실업문제나 벤처 및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겨냥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이야기지만 그 바탕에는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을 빼면 어디 마땅하게 갈데가 없다는 자신감도 분명히 깔려 있다. ◇봉급생활자 노후대책 기회가 없다 ‘내 팔자가 편하면 남의 집 곳간이 커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금리흐름과 정부정책의 방향을 설명해도 아둥바둥 살아갈 이유가 없다면 굳이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편한 팔자’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경기는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데 생활비ㆍ교육비는 갈수록 높아진다. 지금 당장 살기도 벅찬데 노후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설사 노력한 만큼의 과실이 나오지 않아도 지금은 노후대책의 기회를 하나라도 더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인들에게는 어쩌면 이것이 주식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