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척중 5척은 24시간 대기" 광양항 체선율 5.17%로 최악


국내 4대 항만중 하나인 전남 광양항의 체선율(선박입항지체율)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왔다. 체선율은 접안시설이 부족해 선박이 외항에서 24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광양만의 경우 5.17%를 기록했다. 이는 광양항에 접안하려는 선박 100척중 5척은 바로 접안을 할 수 없고 외항에서 하루(24시간)이상을 대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화물을 내리고 싣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화주들은 결국 광양항을 외면하고 다른 항만을 찾게 되면서 경쟁력이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10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양항 33개 부두의 체선율은 전국 4대 항만 가운데 가장 높았다. 광양항의 체선율은 5.17%로 울산항 3.8%, 인천항 1.4%, 부산항 0.26%에 비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광양항의 체선율은 개선되지 않아 1~9월 체선율은 5.48%로 작년보다도 더 뛰었다. 더욱이 광양항 33개 부두 가운데 고철부두(30%), 석유화학부두(30%), 중흥부두(29%), 현대하이스코부두(24%), 사포부두(24%) 등 5개 부두는 20% 이상의 높은 체선율을 보이고 있다.

광양항의 체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원인은 접안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항로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선박들이 쌍방이 아닌 일방으로만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5만톤급 선박의 입항을 위해서는 항로수심이 23.5m가 필요한데 광양항은 19.5m밖에 안돼 자유롭게 통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형 선박의 경우는 만조를 기다렸다 입항하는 등의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광양항의 경우 항로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선박이 대기하거나 항로가 개설되지 않아 일방통행을 하고 있는 여건을 감안할 때 광양항 수역시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양항의 체선율을 낮추고, 항만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역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준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40여년 전 여수석유화학단지 조성 때 건설된 석유화학부두처럼 노후한 항만시설에 대한 재생(리뉴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용이다. 광양항 부두를 관리하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누적부채로 사업비를 댈 능력이 없다. 9월말 기준 광양항만공사는 8,430억원의 누적부채를 기록하고 있어 최소 2,000억원에 달하는 부두 리뉴얼 사업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광양항만의 항로준설 등 리뉴얼에만 최소한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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