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간 협력 속도와 폭이 관건이다.’ 국내 업계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대만의 협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양안 협력이 빠르고 폭넓게 이뤄질 경우 중국 시장에서 우리 IT 기업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양안 간의 이번 협력목표는 LCD와 반도체에 맞춰져 있다. 중국통인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오래 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IT 중 반도체와 LCD 기술을 습득하기를 원했다”며 “양안 간 협력은 이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해 한국을 추격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 업계는 기술력 차이가 커 당장의 위협요소는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LCD 부문에서 8.5세대, 반도체에서 65나노 기술을 적용한 12인치 웨이퍼 기술을 받기로 했지만 국내 업계는 이미 LCD의 경우 이미 8세대 가동에 들어간 상태로 10세대와 11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50나노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40나노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지난해 40.5%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LCD와 반도체에서 한국은 대만보다 1년에서 2년 정도 앞서 있다”며 “아울러 대만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자체 브랜드 없이 성장해왔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대만이 중국에 전수하는 기술은 한국 기업이나 글로벌 시각에서 봤을 때 한 단계 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양안 간 협력이 폭넓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양안 간 협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세부적으로 나와 봐야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는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안 간 협력이 당초 예상보다 폭넓고 빠르게 이뤄지면 자칫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현재 우리 업계는 LCD의 경우 중국에 모듈 공장만 뒀을 뿐 패널 공장은 없다. 반도체도 최근 들어서야 하이닉스가 중국에 전후공정 일괄생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행보를 미뤄볼 때 자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자국산 LCD 패널만 사용하도록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LCD TV는 패널이 대만이나 중국 제품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점점 커져가는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LCD 등 주요 IT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오기 위해 중국과 대만의 합작회사가 설립될 것”이라며 “기술적 우위를 계속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될 수 있는 우리 것을 찾아야 하고 아울러 한발 앞선 투자로 기술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