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연구소 지정 등 입지 강화 서둘러야/“토착지식”… 특허권 수준 국제보호 합의국내 동·식물을 이용한 민간요법과 토종에 대한 체계적 조사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달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등 1백30여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3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앞으로 농림수산물 등의 재배·활용기술과 유전자원을 「토착지식(Indigenous Knowledge)」으로 규정하고 특허권과 유사한 수준의 국제적 보호를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외무부와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전통농업은 좁은 면적에 여러 종의 농작물을 재배, 넓은 지역에 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기업농 방식에 비해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방식의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특히 선진국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데서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제개발활동으로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즉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파생되는 혜택의 일부를 유전자원 제공국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나 지방에 고유한 동·식물이 지금까지 보존돼 온 것이 그 지역 특유의 재배기술 등 토착지식 덕분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동·식물중 토종에 대한 체계적 조사작업과 농업, 임업, 한약업, 수산업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지식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등 국제적 보호체제 시행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담부처나 연구소를 지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토종이나 일반 민간요법 등에 대한 국내 자료정리가 거의 안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요법을 어떻게, 어디까지 토착지식에 포함시키고 어떤 창구를 통해 특허권과 유사한 보상을 할 것인가 등은 앞으로 국제규약으로 정해나가게 된다.
토착지식 논의는 유전자원 제공국이 그 자원을 기초로 한 선진국의 생명공학 연구활동에 참여하고 생명공학제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상호 합의된 조건에 따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전자원이 빈약하고 관련기술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가 의학, 생명공학, 농림수산업 등에서 국제적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지금까지 개도국의 유전자원을 아무런 대가없이 활용해 신약이나 유전공학제품을 개발해 비싼 값으로 팔아 온게 사실이다. 이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유전자원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사전통보승인」제도를 도입하고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생기는 이익의 공유방안 등과 관련된 입법·행정적 조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