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우리사주제도

40만곳 도입 가능 하지만 결성은 3,001곳 그쳐
근로자 자사주 취득
손실 줄일 방안 필요


근로자ㆍ회사 원-윈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해야 … 경제 민주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근로자의 재산증식과 협력적 노사관계 조성 등을 위해 지난 1968년 도입된 우리사주제도가 좀처럼 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근로자들의 투자 손실을 보장할 방법이 없는데다 일부 악덕 기업주들이 제도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등 아직 회사와 근로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11일 우리사주 수탁기관인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한 회사는 3,001개로 3,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이 약 40~50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도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사주예탁조합이 단 한 주도 가지지 않고 있는 기업이 전체의 65.7%인 1,962개에 달했다. 우리사주제도가 잘 정착된 미국의 경우 전체 발행 주식 중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비중이 1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도 안 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등에서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한 근로자들이 큰 투자 손해를 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날 여의도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네 다섯 번 정도 이직을 하면서 그때마다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득을 보고 있는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다”며 “사정이 이렇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자들이 강제로 주식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작년 말 우리사주의 취득 및 보유를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 상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개별 기업들의 근로자들이 강제로 주식을 취득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근로자들의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보너스 형태로 지급하는 미국과 달리 근로자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식을 사는 등 공급자 중심”이라며 “수요자 측면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근로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유정훈 한국증권금융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방식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발달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자들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는데 우리사주조합은 비법인사단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이들 증권사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민ㆍ관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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