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유가 반등세 이어질까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해 가을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관심거리 중 하나는 국제유가였다. 지난 3년 동안 1배럴당 10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던 유가가 불과 반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도 원유에 투자하고 있다.

유가하락의 원인은 원유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비전통적 원유생산이 빠르게 늘었다. 단 지금까지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분쟁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유전 노후화 때문에 비전통적 원유생산 증가가 다른 지역의 생산감소로 일정 부분 상쇄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동지역의 원유생산이 회복되고 북해 유전의 생산성 개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세계적으로 원유생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 격인 사우디가 저유가 환경에서 누가 오래 버티는지 보자는 식으로 나오면서 유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부근이다. 40달러 초반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다소 반등한 모습이다. 유가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유가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과 장기 저유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아직도 글로벌 경기회복세는 미약하고 그리스·러시아 등 정정 불안도 산재해 원유수요가 약하다. 반면 원유생산은 아직도 꾸준히 이어져 당분간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년을 놓고 보면 유가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저유가에 따른 수요개선과 생산감축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솔린 소비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유가가 내리면서 사람들이 자동차를 더 많이 타고 다닌 결과다. 미국은 선진국 중 경제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래서 유가하락에 따른 소비개선 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원유수요 위축의 장본인 격인 국가들도 경기가 회복되는 흐름을 타면 원유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

비전통적 원유생산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중동 등지의 전통적 원유에 비해 타이트오일 같은 비전통적 원유는 생산비용이 비싸다.

OPEC도 감산을 통한 유가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석유를 팔아 재정을 유지하는 중동국가들은 유가하락이 국가재정에 커다란 위협이다. OPEC 내에서 재정이 열악한 국가들은 원유감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은 추가 감산을 거부하는 사우디에 막혀 있으나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이 국가들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가는 오르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100달러 유가 시대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셰일 혁명이 원유생산의 판도 자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유가인 상황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전반적인 물가가 내리면서 가계 실질소비가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유가하락으로 대외수요가 늘어난다면 수출이 늘어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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