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대중(DJ)정부는 출범후 경제부총리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의 전신)를 만들어 정책조율의 관제탑 기능 맡겼다. 여기에 이 같은 조직적 기반을 토대로 당시 전체 공기업의 약 20%(5곳)을 축소했고, 자회사는 약 78%(58개곳)를 줄였으며 관련 인력의 62%에 육박하는 인원을 감축(13만1,000명)했다
대한민국 건립 이래 공공부문 개혁은 대체로 용두사미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꼽히는 게 앞서 예로 든 DJ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공공개혁의 강력한 추진체를 만든다는 측면에선 김대중 정부와 일견 닮아 있다.
우선 정부 출범 후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시켰다.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 기재부가 경제정책의 총사령탑으로 힘을 발휘하도록 했다. 기재부 역시 하반기 들어 잇따라 공공기관 합리화 방향과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투자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 부문의 영리사업 규제완화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은 역대 정부들과 비교해볼 때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공공개혁의 정공법으로 꼽히는 공기업 민영화, 통폐합이나 공공 서비스 민영화 등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개혁을 추진 중인데 그 목표는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단순히 '부채 줄이기'에 몰입돼 있는 뉘앙스를 준다. 이는 공공개혁을 위한 정석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국가부채 급증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이라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로 정상화대책의 주요 내용들을 보면 △5년내 공공기관 부채비율 감축(220%→200%) △과도한 복리후생 등 방만경영 현황 공개 및 해소 △공공기관 임원 보수 삭감(금융·SOC·에너지 등) △범정부적 추진체계 구축(공운위 강화, 기관별 비대위 구성 등) 등 주로 빚과 인건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기재부는 공공부문 간 중복되는 분야는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공룡처럼 거대해진 공공부문을 다이어트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업무를 수행했던 전직 당국자는 "일반적으로 공공개혁이라고 하면 시장 메커니즘(경쟁 등)을 도입해 공공부문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런 일반적인 원칙보다는 단순히 부채를 줄이는 것에 치중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공공개혁을 내세웠지만 목표나 원칙이 뚜렷하지 않고 그 방법도 미진하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자칫 참여정부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이명박(MB) 정부에 이르는 기간 중 참여정부는 유일하게 공기업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정부였다. 김대중 정부가 다소 급하게 공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한 데 따른 반작용이 작용한 탓인지 노무현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 전문 재검토를 공약했고 결국 참여정부 집권 중 공공부문은 도로 비대해졌다. DJ가 어렵게 추진했던 개혁이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다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공기업 민영화, 통폐합 등이 추진됐지만 이마저 다시 현 정부 들어서면서 끊어지는 느낌이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발표와 고속철도(KTX) 분당선 자회사 설립 등을 발표하면서 철도 민영화 논란에 부딪히자 민영화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는 공익법인인 병원 등의 영리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민영화가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역시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장은 "철도 문제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과거 영국 대처 총리가 했던 것처럼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작업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치 참여정부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국사회에서는 어느샌가 공기업 민영화가 국부를 팔아먹고 국민 복지를 망치는 금기어처럼 취급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현 정부로서는 공기업 민영화나 공공 서비스 영리화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론의 눈치를 보며 단순히 공공기관 부채억제 정도로 공공개혁이 마무리돼서는 결과적으로 차기 정부에 공공개혁의 부담만 떠넘기는 꼴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이 본질을 비켜난 채 겉만 보는 쪽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며 어려울수록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