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내몰린 亞 국가들 '금리인하 카드' 꺼낸다

태국·필리핀·파키스탄 등 유럽위기 등으로 경제 타격
성장률 전망치 잇달아 낮춰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 회복을 위해 앞다퉈 금리인하 대열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유럽 재정위기와 자연재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태국ㆍ필리핀ㆍ파키스탄 등 아시아지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레디 스위스의 분석가인 로버트 프리어-완데스포드는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가 주춤해지는 가운데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불황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아시아가 매우 공격적인 통화ㆍ재정정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태국의 경우 30일에 기준금리인 1일물 리포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참여한 16명의 전문가들 중 절반은 태국이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3.5%에서 3.0%로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유럽 위기로 수출이 부진한데다 70년 만에 닥친 대형 홍수로 인해 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1.7~2.0%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9월말 태풍으로 수출이 13.1%나 줄어든 필리핀도 2009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필리핀은 기준금리를 4.5%로 동결하거나 4.25%로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카예따노 빠데랑가 경제기획장관은 최근 필리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키스탄도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14%에서 13.5%로 0.5%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6.5%에서 6.0%로 기습적으로 인하했다. 모건 스탠리는 유럽 재정위기와 내수부진을 이유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7.3%에서 6.9%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이 제한적으로 금리 인하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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