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수요진작 집착 버리고 구조개혁 제대로 하라

21일까지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의 지속적 수요부진 해소를 위한 단호한 대응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이 채택됐다. 향후 5년간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현 성장추세 대비 2% 이상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합적 성장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구조개혁 지속'이라는 문구도 있기는 했으나 선언문은 대체로 2008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꼴이다. G20이 이토록 수요진작에 집착하는 것은 강력한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장기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어렵다는 다급함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입을 빌려 한국의 확장적 경제정책을 "G20 선진국 중 최고"라고 극찬한 것 또한 수요진작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을 병행한 끝에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구조조정이 결여된 단기부양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으로 '켈틱 호랑이(Celtic Tiger)'로 화려하게 복귀한 아일랜드가 한국과 유사한 경우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는 유로존과 달리 케인스식 재정확대와 경기부양 대신 과감한 긴축정책을 썼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가장 먼저 졸업했을 뿐 아니라 올 2·4분기에는 GDP가 7.7% 성장하며 유럽의 핵심 성장엔진으로 재부상했다.

반면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구조개혁을 미룬 채 경기부양에만 집착한 결과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재정확대·양적완화·구조개혁 등 '세 개의 화살'로 경제를 살리겠다던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도 구조개혁이라는 화살이 뜻대로 격발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G20 선언문은 수요진작을 위한 재정확대와 양적 확대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황의 아픔을 수요진작을 통해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극단적인 경제정책은 경제에 극단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수요진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지금 G20 지도부가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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