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불안 부추기는 통계청

통계청이 실업률ㆍ물가ㆍ소비 등 5개 주요 통계자료 발표시간을 지금까지 해오던 오전7시30분에서 오후1시30분으로 늦춘 뒤 29일 처음 시행했다. 이날 경기선행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내용의 산업활동 동향이 발표된 직후 증권시장에서는 건설업과 운수장비 업종 등이 급락해 증권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은 중요한 통계지표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갖기 위해 ‘장 중 경제지표 발표’를 강행했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침 일찍 발표하면 석간신문에만 보도되고 저녁 방송뉴스나 다음날 조간신문에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자료의 홍보효과를 높인다는 것이 명분인 셈이다. 하지만 과거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고 실시간 정보가 넘쳐 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통계청이 발표시간을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주요통계를 증권시장 개장 전에 발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은 경제지표를 증시가 개장하기 전인 오전8시30분에 내놓고 있으며 일본도 개장 직전인 오전8시30분과 50분 등 두 차례 발표하고 있다. 주요 통계의 발표시간을 법에서 정해놓고 있을 만큼 통계자료의 발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통계청은 통계수치의 사전 유출 염려가 없기 때문에 장 중에 발표하는 게 더 낫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그것은 통계자료 관리의 문제이지 발표시간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 통계는 단순한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수치만큼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활동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 특히 경제지표는 발표시기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도 있고 완화시킬 수도 있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등락 폭이 심해지는 증시상황을 감안할 때 ‘장 중 경제지표 발표’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통계청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고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통계 발표시간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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