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못합니다. 이대로 가면 (반도체업계의) 조정이 불가피합니다.”(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내년에도 반도체산업이 발전해나가겠지만 (호황이 올 것이라고) 과장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을 장담하던 양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사령탑들이 일제히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윈도비스타 효과 등으로 3ㆍ4분기 이후 반도체 시황이 호전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9월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자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18일 COEX에서 열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SEDEX’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은 하반기 반도체 시황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도체 가격이야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환경에서 삼성전자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원가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지만 뒤집어보면 반도체 가격 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황 사장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금은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윈도비스타 효과가 발생하고 대용량 뮤직폰, SSD(Solid State Drive) 등에 힘입어 시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었다. 3ㆍ4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황 사장은 “(IR을 담당하는) 주우식 부사장에게 물어보라”며 즉답을 회피해 ‘연말 실적호전’을 자신하던 상반기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내년에는 메모리반도체가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황 사장은 “내년에 반도체 신제품이 개발되고 수요가 증가하면 반도체산업 전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면서도 “과장하지는 말아달라”고 답했다. 메모리 집적도가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의 발표가 늦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황 사장은 “이전에 여러 차례 황의 법칙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드렸다”며 “그때 말씀드린 내용과 달라질 게 없다”고만 말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역시 하반기 반도체 시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김 사장은 “최근 반도체 시황이 좋지 못한 것은 대만 업체 등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이 과잉됐기 때문”이라며 “후발주자들의 전략 수정에 따라 시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반도체 시장이 3~4년 동안은 너무 좋지 않았느냐”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밖에 없지만(단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선발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는 그렇게 불리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 역시 내년 시황 전망에 대해 “수요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 문제는 공급”이라며 “세계적으로 300㎜ 라인이 36개 증설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급과잉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