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新人脈] 남다른 삼성맨… 창업 성공한 CEO 즐비

이보선·도정인·황인환 대표 등 132명…
한솥밥 먹고 회사 떠나 우량 중견기업 세워


우량 중소∙중견기업들이 모여 있는 코스닥기업 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유독 삼성그룹 출신이 많다. 재벌닷컴이 지난해 12월 현재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1024개 상장사 대표이사 1,26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0.4%인 132명이 삼성그룹 근무경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부 기업은 등기임원 전원이 삼성 출신 인물들로 채워진 경우도 있다. 삼성에서 함께 근무하다 마음이 맞아 함께 창업의 길에 뛰어든 경우다.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삼성이 일종의 인력 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97억원에 이르는 매출액을 올린 셋톱박스 전문업체 홈캐스트는 삼성전기 종합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이보선 사장과 최보선 부사장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셋톱박스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이 사장이 먼저 벤처업계에 뛰어들어 1년간 실무를 익혔으며 지난 2000년 최 부사장과 함께 홈캐스트의 전신인 이엠테크닉스를 설립했다. 이들은 연세대 전기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삼성에서 일할 당시부터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모바일 필기 및 음성인식 솔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디오텍의 창업스토리도 비슷하다. 1999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에서 문자인식팀장을 맡고 있던 도정인 사장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자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이상규 부사장도 곧바로 합류를 결정했다. 광전송 장비업체 코위버의 임원 3인의 인연도 삼성전자에서 출발한다. 황인환 코위버 사장은 삼성 근무 당시 사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던 유선전송기술을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와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2년 후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황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함께 일하던 김근식 부사장과 김강옥 상무를 설득해 2000년 코위버를 설립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대영전자공업(현 휴니드테크놀러지스)에서 대체복무로 군생활을 함께 하고 삼성전자에 터를 함께 잡았다는 인생행보마저 닮아 있다. 2007년 태양광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던 에스에너지의 모태는 1992년 만들어진 삼성전자 태양광사업부다. 일찍부터 태양광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태양광사업을 포기했다. 이때 홍성민 사장, 이용호 부사장, 장인철 부사장 등 창업멤버들은 태양광사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분사를 결정해 2001년 에스에너지를 설립했다. 지난해 1,175억원의 매출을 올린 산업용 보일러 전문 중견 제조업체 신텍의 창업멤버는 삼성중공업 출신 임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삼성중공업 설계총괄부장 출신인 조용수 대표가 함께 근무했던 김성봉 전무, 김운수 상무, 이광식 상무, 조억래 상무, 김선태 전무 등 5명의 임원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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