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서 젊은 사진전 봇물

사진은 풍경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장 빠르게 포착하여 보여줄 수 있는 도구로서 현대미술에서 빼놀수 없는 장르로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념이 변화하면서 다양해지고 있다. 작가들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복제와 변형 등의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더 이상의 있는 그대로의 재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미지가 인간의 눈과 손에 의하여 걸러져 보여지는데 덧붙여 또 하나의 중간조작기능을 하는 기계로서 예술의 개념 자체를 넓힌다. 새로운 재료의 도입과 발견을 통해 각자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하면서 사진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겨울 끝자락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시중이거나 준비중인 전시들은 국제갤러리의 `Real Reality`(17일~3월6일)을 비롯해 한미사진미술관의 `Walks on Water-주상연 사진전`(14일~3월27일), 와이트월갤러리의 `아티스트 오브 나자제리 프레스(Artists of Nazreli Press)`전(14일~3월28일)이 열린다. 우선 종로 소격동의 국제갤러리(02-735-8449)는 30대의 젊은 작가 권오상, 이윤진, 이중근씨와 50대지만 젊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보이면서 젊은 층과 어울리는데 손색이 없는 배병우씨 4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권오상씨가 로비 갤러리를 채웠다. 그는 사진이라는 2차원 매체를 이용하여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입체를 구현해 내기 위한 물감의 역할을 하는 사진 한장한장은 전체적인 결합에 의해서만 작품이 완성된다. 이윤진은 일상의 공간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철저히 조명의 효과를 최대화했다. 섬유미술을 전공한 이중근은 인물사진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배치를 거쳐 패턴화를 꾀하고 있다. 배병우의 풍경사진은 인화과정에서 색채의 조작과 빛의 조작으로 가공적인 풍경을 탄생시킨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미사진미술관(02-418-1315)은 국제적인 중견사진작가들을 전시해오다 최근 30대로 눈을 돌려 기획하면서 갖는 첫 전시로 주상연씨를 택했다. 그는 물이나 심연의 세계, 하늘, 대기, 그리고 우주적 풍경에 관심을 보이는 작가다. 그의 사진 속 피사체들은 물속에 유영하는 사람들, 빙판위의 아이들, 빛이 흐르는 공간들이 물과 공기를 배경으로 육체라기보다는 정신의 기운으로 느껴지고 구체적인 형태보다는 운동이 느껴진다. 이 같은 효과는 장노출기법으로 렌즈 조리개를 오랫동안 열어나 움직임을 보이고 몽롱하고 빈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청담동의 와이트월갤러리(02-548-7520)는 제리 율스만, 론 반 돈겐, 딕 에린츠, 야마모토 마사오, 마이클 케냐, 돈 커비, 코프 혼 등 7명의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율스만은 `다중인화`방식을 사용하여 독보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다. 반 도겐은 꽃 사진작가. 에린츠는 플래티넘 프린트의 전문작가다. 그가 담아낸 유럽의 풍경들은 충분히 어둡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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