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한, 동원에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등장하면서 국내 금융계가 지주사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초기단계에 있고 법적으로도 미비한 상태여서 변화를 감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머지 않아 달라진 금융시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원스톱 금융쇼핑'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개인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지주사의 등장이 가장 먼저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원스톱 금융쇼핑이 될 것이다.
금융지주사는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등 다양한 금융업종을 계열사로 거느리고있는 만큼 시너지효과를 내기위해 복합금융점포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러 계열사를 한 건물에 모아놓는 식의 복합점포를 신설하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점포에 간단한 이종 금융창구를 덧붙이는 방식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개인 금융소비자는 은행에 가서 보험이나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것은 물론, 증권 창구에서 증권계좌를 틀 수 있고 주식거래 상담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거액 개인 자산가도 다양한 금융분야의 계열사 직원들로부터 지금보다 더욱 충실한 프라이빗뱅킹(PB)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내 전 계열사가 총동원돼 개인고객에게 최적의 자산운용을 통해 최고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수있게 된다"며 "이를 위해 '파이낸셜센터'와 같은 종합금융서비스를 위한 거점 점포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조달금리↓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융지주사로 묶이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신용등급이 올라가면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은행, 증권, 보험 등에 분산돼 있는 콜센터, 전산업무를 통합사용하는 등 권역별 지원업무 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의 예금금리를 더욱 높이거나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은행에서 보험, 증권 상품 등 이종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도 타 금융기관과 제휴하지 않고 계열사 상품을 팔게 되기 때문에 상품판매에 대한 책임감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계열사 상품을 팔면 아무래도 외부로 나가던 수수료가 지주사 안으로 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익"이라며 "고객도 같은 지주사내 은행, 증권, 보험을 함께 이용할 확률이 높아져 충성도가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고객 충성도 제고 가능성은 기업금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소속 은행과 어음관리계좌(CMA)를 트고 있거나 환업무를 하던 기업은 신규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 업무도 그 지주사 계열 증권사에 맡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사 투자금융업무는 해당 회사의 중요정보를 다루는 만큼 신뢰가 중요하고해당사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만큼 같은 지주사 소속 계열사에 맡기는 것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금융지주사들의 설명이다.
금융지주사 시대에는 또 금융사가 '법적 실체(Legal Entity)'가 아니라 '사업계열(Business Line)'별로 움직이게 된다.
즉 투자금융과 자산관리, 소매금융 등 각 부문별로 금융지주사측이 팀장을 맡고계열사별 해당부문들이 팀을 이뤄 마치 하나의 금융사처럼 일을 해나간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연구소측은 "현행법상 법적 실체간 수익 공유 및 배분이 어렵게 돼 있어 당장은 사업계열별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그러나 금융지주사 시대가 본격적으로전개되면 차츰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