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극단주의의 정체와 메커니즘 다뤄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캐스 R.선스타인 지음, 프리뷰 펴냄 )


테러리스트나 인종 청소를 자행하는 자들이 혼자였다면 그런 일을 벌였을까?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캐스 R.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되면 혼자 있을 때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다고 말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폐쇄적인 의견을 나누면 더 극단적인 입장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선스타인 교수의 신작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는 사람들이 왜 극단적인 의견에 빠지는지 극단의 정체와 메커니즘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극단화' 현상은 종교단체나 기업, 투자클럽, 국가지도자 등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다고 말한다. 1930년대 부상했던 파시즘이나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까지 '극단주의'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극단주의가 인터넷시대에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흔히 다양한 의견의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평가받던 인터넷 토론방이 오히려 극단주의자들을 모으고 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더욱 더 극단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 테러리즘은 테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외부환경이 위험해짐에 따라 새롭고 안전한 소통방식을 찾아 인터넷으로 모여들게 됐다. 2004년까지는 직접소통이 테러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더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다. "(117쪽)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자기 생각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더 극단적으로 움직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소수의 믿음과 관점이 다수의 사람들에게로 확산되는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은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실제로 아는 정보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극단화가 가속화되면 온건한 입장을 가진 구성원은 밀려나고 열렬한 신봉자들만 남는다고 경고한다. 이런 집단에서는 구성원간의 애정과 연대감이 최우선시되고 폐쇄적인 극단주의가 만개한다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극단주의를 이기는 방법은 견제와 균형이다. 예를 들면 링컨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자신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잇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참모로 두고 이들의 주장을 경청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 나오도록 했는데 부시 행정부는 반대로 내부 다양성이나 반대의견은 충성심 부족으로 간주했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극단주의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 착하고 훌륭한 극단적인 운동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 빈곤, 범죄와 같은 지역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집단 극단화를 통해 이런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그 사례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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