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경제살리기 나름대로 대안 제시
9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16대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총체적 난맥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35분 가량 진행된 대표연설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작금의 위기상황은 신뢰상실”,“1일 통치, 지역편중에서 온 것”이라고 진단, 국가대혁신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요구하면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등 정부ㆍ여당에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정직하고 겸손한 대통령의 자세를 보여라”, “인기에 영합하는 부실개혁과 졸속개혁이 개혁대상”, “정권의 조급증과 오만이 경제를 그르쳤다”는 등의 표현으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경제부문에 있어서 “경제살리기가 최우선 국가과제”라며 `신관치 청산'을 요구하고 “부실정리는 과감하게 살릴 기업은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이날 공적자금 내역의 투명성과 재정개혁 등 경제현안에 대해 `공적자금관리특별법'과 `국가채무축소와 재정적자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국회 통과를 각각 다시 촉구한 것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비판일변도 자세를 견지한 것을 감안하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공적자금관리특별법과 재정적자감축법 등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계속적으로 주장한 것이지만 여야가 이날 합의로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특히 지방 및 농어촌 경제 회생책을 비롯 노동정책, 의약분업, 교육개혁 검토 등 서민을 겨냥한 정책대안도 제시, 차기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이 총재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검찰수뇌부 탄핵안과 관련, “법조 후배들을 `정치검찰'로 탄핵소추하는데 마음이 무겁지만 이는 역사적 과제”라며 “우리당이 정권을 잡게되면 검찰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공약', 후배들을 의식하기도 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 이 총재는 `상호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남북협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호혜적 상호이익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뒤 “현대그룹의 위기도 따지고 보면 금강산 투자 등 대북사업에 기인했고 이것이 다시 우리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도한 대북지원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게 이 총재의 전략적 상호주의론이다.
이 총재는 연설에 앞서 열린 총재단간담회의 제안에 따라 김 대통령에 대한 당적이탈 요구를 당 총재직 사퇴 요구로 수위를 낮췄다. “아직 임기가 2년여가 남은 상황에서 당적이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설명했다.
이 총재는 연설말미에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제1당의 총재로서, 국민이 우리 정치인에게 맡긴 책무를 정말 다했는지 깊이 반성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는 이 총재가 앞으로 국정운영의 동반자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야당도 총체적 난맥상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시인했다.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입력시간 2000/11/09 17:31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