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지에는 1982년생으로 이세돌보다 1년 연상이다. 그는 추첨 과정에서 이세돌이 이의를 제기해 자기의 뜻을 관철하는 광경을 보고 기분이 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이세돌이 득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불편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이 대국에서 이세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좌변에서 백대마를 두드려 잡아버린 콩지에는 이 바둑을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상대인 이세돌이 대마를 잡히고서도 천연덕스럽게 계가바둑을 도모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기분이 상했다. 한번 더 메다꽂아서 아예 항복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 심정 내가 잘 알지.”(서봉수) 콩지에는 흑3으로 절단했다. 이세돌은 출구를 찾아 백4, 6으로 초강수를 뒀다. “끊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양재호) “끊을 거야. 아마.”(서봉수) 콩지에는 여기서 다시 15분을 썼다. 그의 제한시간은 거의 바닥이 났다. 결과론이지만 여기서 콩지에는 한번 더 참았어야 했다. 참고도1의 흑1로 점잖게 뻗었더라면, 계속해서 백2면 다시 흑3으로 힘있게 뻗었더라면 여전히 흑의 호조였다. “끊어서 요절을 낼 수만 있다면 그게 최선이긴 한데….”(양재호) 김성룡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23을 척척 놓아보이며 말했다. “유가무가로 백이 잡히는 것 같아요. 이세돌이 기사회생의 묘착을 찾아내지 못하면 끝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