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산책] 대입전형의 부족한 2%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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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필자는 대학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대입전형의 복잡함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입전형은 왜 그리 복잡한지 대학마다 유형도 다양하고 또 요구사항도 가지가지다. 여기저기 설명회를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 덕에 난해한 구조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크게 정시와 수시로 나뉘는 대입전형 가운데 정시는 수능점수로 줄을 세워 차례대로 입학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니 이해하는 데 별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시다. 수시는 크게 논술전형과 학생부전형으로 나뉘고 학생부전형은 다시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나눠진다. 논술전형은 조선시대 과거제도를 연상시키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의 논리력·설득력·창의력에다가 문제 해결능력까지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다 수능등급이 최소한 얼마 이상 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어 논술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학습능력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수시, 학업성취도 차이 고려 안해

이 때문에 교육부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논술전형 폐지를 권고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들이 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걱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있다. 대학의 논술채점 방식도 진화해 학원에서 배운 천편일률적 글쓰기 기술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중고교 교과과정에서 논술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 여겨진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학생부에 나와 있는 교과 성적을 반영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성적만이 아니라 인성·잠재력·적성·노력·성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취지만 놓고 보면 후자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전신은 2008년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인데 멀게는 1920년대 미국에서 유태인들의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근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는 학생들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전형으로 발전했다. 전인적 교육이라는 공교육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과거 입학사정관제는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선발 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제도가 호평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운영에 대한 지나친 제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미국 대학전형은 수험생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면을 고려한다. 물론 그렇다고 학업성취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은 고교졸업생이면 누구나 치러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워낙 많고 또 지역별로 학력차가 크기 때문에 교내성적만으로는 학업 성취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교육부는 수능성적이나 모의고사 성적은 따지지 말고 오직 교내등급만을 고려하라고 한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그렇다 치고 같은 일반고라 하더라도 학업성취도 간에 심한 차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계량·정성적 지표 함께 반영해야

교내성적을 보완할 자료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학생부 기록의 충실성을 기대하기에는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하다. 여기에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 적혀 있는 활동의 질과 양이 부모 재력과 비례한다고 비판 받고 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가 공정한 선별기준이 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을 근거 없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평가는 보편성과 타당성이 생명이다. 계량 지표와 정성적 지표가 함께 고려될 때만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교내등급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라고 하면 누가 이를 객관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제도의 좋고 나쁨은 제도 자체보다 구체적 운영방법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수험생들이 단지 성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까지 충분히 평가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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