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원양어선 베링해 침몰] 기상악화로 해수 유입 … 36년된 선박 순식간에 기울어

수온 영하 10도에 날씨 어두워져 구조 난항 … 인명피해 늘어날 듯
당국, 사망자 신원은 파악 못해

사조산업 명태잡이 트롤선인 501오룡호가 1일 오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상황실에 ''오룡호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돼 직원들이 분주히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뒤에 보이는 화면은 사고지점 해역도. /연합뉴스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의 사고 원인은 일단 기상 악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선사인 사조산업 측은 "현지 기상악화로 어획물 작업 중 어창(魚艙) 등으로 해수가 집중 유입돼 배가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진 후 퇴선 명령으로 탈출한 선원들은 구명 뗏목을 타고 탈출했지만 8명(사망 1명, 구조 7명)을 제외하고는 구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조자 중 한 명은 한국인 선원으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데다 밤이 깊어가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저녁 외교통상부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난 시점이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외교부는 이날 밤 늦도록 인명피해 상황을 통신 불통을 이유로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채 허둥댔다.

◇사조산업, "사고 원인은 기상악화"=회사 측에 따르면 이날 낮12시30분쯤 어창에 어획물을 넣는 작업을 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오면서 배수구가 막혀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임채옥 사조산업 이사는 "선원들이 배를 다시 세우려고 노력해 어느 정도 복원됐다고 판단하고 펌프로 배수작업을 했는데 갑자기 배가 심하게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시 날씨는 바람이 초속 20m 정도였고 파도도 4m 정도로 높게 일었다"고 덧붙였다. 기상 악화로 강풍이 불고 이로 인해 높아진 파고로 배에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선원들은 오후4시께 퇴선 명령이 떨어져 선박에 비치된 구명 뗏목을 타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사고 선박에는 20명 정원인 구명 뗏목 4대와 16명 정원 구명 뗏목 4대 등이 비치돼 있었다.

◇인근 어선 3척이 구조 중…추가 인명피해 발생할 듯=오룡호에 탑승하고 있던 인원은 총 60명이다. 이날 오후11시 현재 생사가 확인된 인원은 8명(사명 1명, 구조 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52명은 아직 생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오룡호 선원들은 러시아 구조조정본부와 인근 조업선에 구조를 요청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 어선인 성경수산 소속 '카롤리나 77호', 사조오양 '다잘리나 안또', 러시아 어선 '펠리잘' 등 3척이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기상악화 등으로 구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난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날씨가 어두워진데다 기온이 떨어진 것도 작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산업 임 이사는 "바다 수온은 영하 10도 정도"라며 "구조작업을 하는 회사 선박에 있는 위성전화로 계속 연락을 취하는 등 구조작업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즉시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등 현지 우리 공관을 통해 러시아 국경수비대 및 극동비상사태부 등에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선원 명단

▲김계환(선장·46) ▲유천광(1항사·47) ▲김범훈(2항사·24) ▲김순홍(3항사·21) ▲정연도(갑판장·57) ▲최기도(갑고수·60) ▲김치우(기관장·53)▲김영훈(1기사·62) ▲이장순(조기장·50) ▲김태중(냉동사·55) ▲마대성(처리장·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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